산같은 정의, 강같은 진실

‘전경준 유소년 축구클럽’, 청주상고(현 대성고)를 졸업하고 1993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해 국내 무대에서 은퇴하던 2005년(전북 현대)까지 287경기에 출장해 28골과 37도움을 기록한 전경준(41)이 운영하고 있는 축구교실이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전경준 유소년 축구클럽은 첫해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역시 전경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시절 화려한 발재간으로 연고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은 전경준은 고등학교 시절, 동기 이운재와 함께 모교를 정상에 올려놓기도 했다. 또한 포항 스틸러스에서 활약하던 1997년과 1998년에는 팀을 아시안클럽챔피언십(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마지막이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았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전경준은 2005년을 끝으로 국내 축구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그의 축구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전경준은 이후 홀로 싱가포르로 날아가 싱가포르 S리그 명문구단 홈유나이티드FC(Home United FC)로 이적했다.

이적 첫 해 전경준은 13골을 넣으며 득점순위 11위를 기록했고, 2006년 리그 베스트 일레븐에도 선정되는 활약을 펼쳤다. 그 후 싱가포르에서 슈퍼 레즈(Super Reds) 구단의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로서의 축구인생 2막을 시작했다.

국내로 돌아온 전경준은 대한축구협회 소속의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U-17 남자 청소년대표 수석코치를 맡아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전경준은 “유소년 축구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청용, 기성용이 그냥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싱가포르 활동 다시 모습과 현지 언론 보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돌아오다

전경준은 따끔한 충고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청주에도 될 성 부른 떡잎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할 만한 재목으로 성장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프로팀이 없다는 점이다.

전경준은 “위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프로팀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내가 뛰어야 할 무대를 눈앞에서 보고 자라는 아이들도 목표의식이 생겨 빠르게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상무팀 유치가 무산됐을 때 전경준이 느낀 아쉬움은 남달랐다.

국내에서도 언제부턴가 프로팀들이 유소년 팀을 운영한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어린 선수들이 울산이나 포항에 집중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프로구단 창단이라는 가장 빠른 길이 무산됐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전경준의 설명이다. 유소년 축구클럽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전경준은 “기존의 축구교실은 아이들에게 뛰어놀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놀이공간이 아닌 실질적인 축구기술을 전수하고 축구선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축구클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도자로 축구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전경준은 여전히 바쁘다. 선수시절 잦은 원정경기와 전지훈련으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그는 은퇴 후에는 항상 함께하겠다고 아내와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할 공약이 돼버렸다. “가족에게 가장 미안하다. 지난해에는 250일 이상 출장을 나가 있었다.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는 그는 인터뷰 다음날 U-13 선수 선발을 위해 목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옥균 기자  oog99@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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