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학교 강의실을 가득 메운 것은 ‘1960년대 청주’였다. 김태영 청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난 7년간 ‘bk21’지원사업을 통해 과거의 청주를 복원하는 사업을 벌였다. 강의실 한 곳에는 1960년대 항공사진이 걸려있다. 김 교수는 청주읍성의 주변인 현재의 성안동과 중앙동 일대를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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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60년대에서도 정확히 말하면 1965년부터 68년 사이다. 이후 자료들은 많이 남아있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다. 60년대 자료를 복원하면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경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관통했던 분들이 70, 80세로 생존해있기 때문에 작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모형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잊힌 기록을 찾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그래서 김 교수는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했다. 동네 터줏대감을 초청해 연구한 자료들을 보여주고, 구술 및 채록을 하는 일들을 계속해야 한다.
그간 지적도를 구하러 구청 지적과, 도서관 등 안 가본 데가 없다고 한다. 당시 상공회의소 연감엔 2000개의 상점이 나오는데 현재 400개는 찾았다고. 김 교수는 “앞으로 노인들의 동문회, 동창회를 분주히 따라다녀야 할지 모른다”며 웃어보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성안동과 중앙동 일대는 사람도, 건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구도심의 전형으로 불리는 이곳. 1960년대 성안동과 중앙동에는 각각 2만명이 거주했지만, 지금은 각각 8000명밖에 살지 않는다. 빈 건물이 많지만 경제논리에 의해 개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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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건축용어로 가로, 블록가구라고 하는 데 지도를 보면 예전과 많이 다르지 않다. 자기 땅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고, 또 대를 이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철도가 놓인 길을 따라 건물이 지어지다보니 휘어져 있는데, 지금도 그대로다. 청주동헌 주변도 마찬가지다. 청주동헌을 중심축에 두다보니 건물이 조금씩 비틀어져 있다. 흥미로운 발견이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고향이 청주시 북문로다. 목욕탕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때 청주를 떠났다가 공부를 마친 후 30대 중반 청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91년 청주에 와서 그가 한 작업은 먼저 시대별로 청주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의 전공은 근대건축.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시대별로 근대건축양식을 토대로 작업했다. “정보가 없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도시환경의 관점에서 보려면 건축물 안에 정보를 담아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연신 모형도를 보면서 과거의 청주를 설명했다. “도청이 현재 중앙공원의 망선루 자리에 존재했다. 망선루는 현재 주네쓰 자리에 있었다. 일본사람들이 무를 숭상해 지은 상무관은 93년에 헐어졌다. 상당공원엔 금수장 여관, 동아극장이 있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선 고속도로 개통식을 보러 70년에 시찰을 왔다가 공원에 여관이 있다며 없애라고 주문했고, 바로 사라져버렸다.”
청주여고 강당, 중앙초등학교 강당, 대성고 본관, 우리예능원 등 근대양식으로 지어진 곳들은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됐거나,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헐고 새 건물을 올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김 교수는 “남주동, 서운동은 1920년대 청주의 모습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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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골목길 프로젝트를 시행해 역사적인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주시가 추진하는 청주읍성 복원에 대해서도 “청주의 정체성을 살리는 일이다. 다만 읍성 주변 일대를 복원뿐만 아니라 기존 가옥들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축 한옥에만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수리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시의 경쟁력은 도시가 간직한 역사라고 주장하는 김 교수는 7년째 사라진 기억에 매달리고 있다. “1500년 역사를 간직한 청주의 경쟁력을 더 이상 높은 빌딩에서 찾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가 내놓은 결론이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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