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같은 정의, 강같은 진실

지난 주말 이틀간 공연한 넌버벌 뮤지컬 ‘비밥’,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현란한 무대에 관객들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냈다. 넌버벌 퍼포먼스 형식의 뮤지컬은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공감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넌버벌 퍼포먼스란 대사가 아닌 몸짓과 소리만으로 구성된 비언어 퍼포먼스를 말하는데, 국내에서는 ‘난타’가 큰 인기를 얻으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 사진=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비밥은 ‘난타’ ‘점프’를 탄생시킨 최철기 사단의 작품으로 넌버벌 전문배우와 비보이, 비트박서 등이 한 무대에서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져 맛깔스런 공연을 선사한다.

지난해 초연 이후 1000회 이상을 공연한 비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넌버벌 뮤지컬로 자리 잡았고, 3개 팀으로 활동하는 비밥 출연진은 서울 전용관과 전국 각지를 돌며 비밥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청주공연이 주목받은 것은 극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그린셰프와 레드셰프, 그리고 관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섹시셰프가 청주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공연문화가 일반화되지 못한 청주에서 청주출신 연기자를 만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호 인스토리의 주인공은 넌버벌 뮤지컬 ‘비밥’의 히어로·히로인 이재훈, 고예주, 이상근 씨다.

주인공 그린셰프로 열연한 이재훈(31) 씨는 청주 삼총사의 맏형이다. 청주 토박이인 이재훈은 충청대를 졸업하고 연기자가 되기 위해 상경했다. 8년째 연극무대와 영화무대를 누비고 있는 이재훈은 영화 ‘이장과 군수’ 등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그는 “비밥은 다수의 연기자들이 혼연일체가 돼 코미디적인 요소와 연기적인 요소를 결합한 고급스러운 공연”이라며 “연기를 시작한 이후 고향에서 공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디션을 통해 비밥의 일원이 됐지만 그의 꿈은 영화배우다. 이재훈은 “비밥 공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연기자 이재훈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린셰프와 대결을 펼치는 레드셰프 이상근(28) 씨도 청주 출신이다. 청주외고를 졸업한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어떤 배우를 꿈꾸냐는 질문에 그는 “연기하는 배우”라고 당차게 대답했다. 연극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에서 기억에 남을 연기를 선보인 이상근은 연극무대에서 더 유명하다.

이상근 역시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자리를 꿰찰 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비밥에서 그는 그린셰프와 티격태격하는 익살스러움과 정극에서나 보여줄 진지함을 모두 보여주며 관객으로부터 끊임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상근은 “오랜만에 청주 무대에 섰다. 예전에는 호응이 없다고 느꼈는데 이번엔 달랐다”며 달라진 공연관람문화를 놀라워했다. 그는 “연기자들은 관객들의 반응으로 살아간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청주시민들도 예전보다는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 결과인 것 같다. 예술도 사랑해주시고 청주 출신 배우들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의 말을 전했다.

홍일점은 아니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섹시셰프 고예주(29) 씨는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일신여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한 달에 20회 이상의 비밥 공연을 소화하는 것도 모자라 전국을 다니며 팝페라 가수 고예주로 활동하고 있다.

‘바스티엔&바스티엔느’ ‘오프’ ‘에디슨과 유령탐지기’ 등의 뮤지컬은 물론 ‘마술피리’ ‘오페라의 유령’ 등 오페라 무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팝페라 가수로 더 많이 알려진 고예주는 아쉽게도 내년부터는 비밥무대에서 만나볼 수 없다. 그는 “올해까지만 공연에 참여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예술경영을 공부할 생각이다. 작품을 직접 만들고 그 안에서 노래도 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3인3색을 보여준 청주 출신 연기자들은 각자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해가는 그들의 삶이 한편의 드라마고 뮤지컬이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지만 남다를 수밖에 없는 고향 무대에서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연을 즐길 준비는 돼 있다. 공연장을 많이 찾아 달라.”

오옥균 기자  oog99@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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