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같은 정의, 강같은 진실

남편은 나무를 매만진다. 아내는 금속을 다룬다. 부부는 생애 첫 전시를 한국공예관에서 ‘하나 혹은 둘’이라는 이름으로 12월 5일부터 16일까지 열었다. 남편 윤을준(41)씨는 “그동안 작업했던 것들을 한 자리에 선보이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어요”라고 말했다.

▲ 사진=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목공예가인 윤씨는 침대, 탁자와 같은 생활가구에서 뒤주, 보석함, 어문 해주반, 다구장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윤씨의 작품은 이른바 ‘목절곡’기법인데 원목을 휘는 방법으로 만들어져 눈길을 끌었다.

윤씨는 “원목을 2~3m를 동일한 간격으로 절개를 하다보면 구부릴 수 있어요. 두꺼운 원목도 곡선형태가 나오게 됩니다. 이는 소반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법인데, 이를 침대와 탁자 등 대형가구에도 접목시켜봤어요”라고 설명했다.

소위 북유럽가구에서 보이는 나무가 휘는 기법은 열을 가해 만든다. 하지만 윤씨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원목을 휘는 것이라 이채롭다. 나무의 재질과 강도에 따라 오차범위를 줄이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그만의 노하우다. 현재 특허신청을 한 상태다.

절개를 한 이후, 나무에 충분히 물을 줘(나무상태에 따라 다름) 섬유질을 유연하게 하면 딱딱했던 나무가 구부러진다. 이는 보기에도 멋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나무를 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청주대 예술대학 공예학과를 졸업한 윤씨는 캠퍼스에서 아내 정차연(38)씨를 만났다. 정씨는 공예학과 3학년에 금속전공으로 재학 중이었고, 복학생이었던 윤씨와 연애를 했다. 이후 2000년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서울 생활을 접고 2002년 충북 옥천으로 내려오게 된다. 서울에서 남편은 가구회사에서 디자인을 했고, 아내는 세공일을 했다. 복잡했던 생활을 접고, 충북에 내려온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서’였다. 그것은 바로 작가의 길을 걷는 것이었다.

윤씨는 당시 옥천에서 작업을 했던 소목장인 박종덕 선생을 찾아가 공부를 했다. 윤씨는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정한 전통공예 소반분야 기능 계승자이다. 이후 2007년 박종덕 선생이 진천공예마을로 이사를 가게 되자 부부도 스승을 따라 진천으로 향했다.

두 아이를 낳으면서 잠시 뜸했던 정씨의 작품생활도 진천에 오면서 다시 활기를 띄었다. 윤씨는 “이 시대에 작가로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알고 있지만 나중에 늙어서 돌아봤을 때 돈을 쫓아 살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윤씨는 네이버 블로그 ‘나무벌레’를 통해 작품을 팔고 있지만, 대개 작품을 산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와서 주문하는 식이다.

정씨는 구름, 바람, 나무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전시했다. 정씨는 귀금속 가공 기술뿐만 아니라 칠보 공예 기술도 갖고 있다. 부부전시회인만큼 아이들도 전시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가 직접 그린 기린을 아빠는 목마로 형상화했고, 엄마는 아이가 보낸 편지와 그림 등을 칠보작업을 통해 액자에 걸었다.

정씨는 조만간 수동 수암골에 ‘두드림공방’을 낼 예정이다. 정씨는 “아무래도 진천에 있다 보니 한정된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안타까웠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암골에 쇼케이스를 낼 계획이에요”라고 말했다.

부부가 동시에 작업을 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어떠한 장단이 있을까. 정씨는 “금속작업이 세밀하다보니 남편의 작업을 보고 지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서로 맘이 상하게 되고, 때로는 부부싸움도 일어나죠. 그런데 이번 전시는 서로 바쁘다보니, 작품에 관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싸움도 없었고, 평온하게 잘 끝난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공예’의 가치에 대해 묻자 부부는 “공예품은 ‘쓰여짐’으로 완성될 수 있어요.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예품은 쓸모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해야죠”라고 시원하게 답했다. 그런 만큼 부부의 작품은 실용적이면서도 작가의 정신이 살아있어 구매욕을 부추긴다.

그러나 기성제품보다 가격이 많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윤씨는 이렇게 설득한다고 했다. “제일 싸고 흔한 상은 아마 교회에서 나눠주는 예수님이 그려진 것이겠죠. 그런데 상에서 밥도 먹을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어요. 내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새자동차를 구입해도 1년이 지나면 몇백만원이 훌쩍 떨어지잖아요. 예술품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대를 이어 자녀들에게 줄 수도 있고, 사용하는 동안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리게 됩니다.”

쓸모있는 공예품을 추구하는 부부의 작업은 전시 제목처럼 ‘하나 혹은 둘’같이 공간에서 보기좋게 어우러졌다. 꽃피는 봄이 되면 수암골 ‘두드림 공방’에서 이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문의 043-532-3947)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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