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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 ||
석 화백은 어리석은 질문에 몸으로 대답했다. 이날 강연은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 그리고 예술가를 꿈꾸는 예비 장애인예술가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다.
충북은 장애인 예술가들에게는 사막과도 같은 척박한 땅이다. 지역 장애인예술가 육성은커녕 공연이나 전시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석 화백의 강연을 비롯해 지난 8월에는 장애인예술가와 꿈나무들이 한데모이는 음악회가 열리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창립한 (사)국제장애인문화교류충북협회(이하 국제장애인충북협회)가 있다. 국제장애인충북협회는 어렵게 창립한 도내 최초의 장애인예술단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장애인예술가가 많지 않고,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지 않아 창립하기까지 여러 난관을 겪어야했다. 2년여의 산고 끝에 지난해 말 김형태 씨를 협회장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김 회장은 문화계에서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의 비서관이었고, 운보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운보의 집 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운보의 집 관장 직을 내려놓고 잠시 청주를 떠난 김 회장은 한국청각장애인예술협회 사무국장직을 맡기도 했다.
김 회장은 “사실 회장직이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실무를 맡는 것이 익숙하지만 마땅히 회장직을 맡아줄 지역인사가 나타나지 않았고, 더 이상 출범을 늦출 수가 없어서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사연을 밝히며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사무국 직원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회장이자 사무국장, 실무직원 1인 3역을 한다. 국제장애인충북협회의 운영자금은 전액 후원회비에 의존하는데 아직 후원자가 많지 않아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벅찬 형편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국제장애인충북협회는 장애인예술가들의 교류와 각종 문화예술사업을 통해서 도내 장애인작가들을 발굴하고,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다”며 “내년에는 충북장애인문화예술단을 창단하고 장애인문화예술학교를 개설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희망콘서트와 합창대회 등 다양한 공연사업과 문화사업들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이 장애인예술사업에 뛰어든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서울에서 전시기획 일을 하던 서른 살의 김 회장은 운보의 전시회에 참여하게 됐다. 그 인연으로 1989년 청주로 내려와 운보의 비서관이 됐고, 운보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운보는 일곱 살 때 청각을 잃었지만 그림에 매진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장애인예술가다. 10여 년간 그의 곁을 지킨 김 회장은 장애인들에 대한 운보의 각별한 사랑을 지켜봤고, 2006년 한 전시회를 위해 김 회장이 준비한 도록은 ‘장애 인식개선 특수교육 교재’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예술 불모지, 후원자도…
“운보 선생님은 종종 ‘장애인 스스로 비굴해지지 않으면 얼마든지 빛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넋두리처럼 하셨다. 국제장애인충북협회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바로 그것이고, 재능있는 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를 벽으로 느끼지 않고 본인의 재능을 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내 최초의 장애인예술단체라는 수식을 붙이며 거창하게 첫 발을 내디뎠지만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후원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김 회장은 “장애인예술가들을 지속적으로 세상에 알리다보면 그들을 지지하는 후원자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설립 취지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후원 계좌: 신한은행 100-027-827755, 농협 301-0099-8280-31 예금주: (사)국장협충북협회 문의전화: 043)241-4747
오옥균 기자 oog99@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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