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같은 정의, 강같은 진실

지난 11일 오전, 옷을 맞춰 입은 아이들이 하남방향 오창휴게소에 모였다. 한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을 나온 것이다. 고사리 손에 흰 봉지 하나씩을 움켜진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표정으로 오창휴게소가 가꿔놓은 텃밭으로 향했다. 1000㎡ 남짓한 텃밭에는 목화와 가지, 옥수수, 땅콩, 수수, 기장 등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농작물들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었다. 자신들의 키만한 목화나무를 본 아이들이 “고추다” “아니다” 고집을 세운다.

이날은 오창휴게소가 일 년에 한번 인근 과학단지 내 미취학아동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을 실시하는 날이다. 정확히 날짜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대개 추석연휴가 지난 후쯤이다. 아이들의 주목적(?)인 고구마를 수확하는 때에 맞춘 것. 올해도 뿌리식물에 좋은 마사토(화강토)는 실망을 안기지 않았다. 힘없이 긁어대는 아이들의 호미질에도 팔뚝만한 고구마가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고구마를 캐고, 목화와 땅콩, 수수 등을 구경한 아이들은 오창휴게소가 제공한 돈가스 한 접시를 뚝딱 해치우고는 저마다 고구마 서너 개를 담아 들고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위풍도 당당하게 차에 올랐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체험학습 행사는 중부고속도로 오창휴게소 상하행선을 운영하는 (주)삼오(대표 김두식) 임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휴게소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김충열 관리이사는 “유휴부지 활용을 놓고 직원들과 고민하다 밭작물을 심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직원들 대부분이 인근에서 농사일도 병행하고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사는 손주들 생각에 결심

시작은 오창휴게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지금은 의류매장을 새로 지어 면적이 절반이상 줄었지만 처음에는 2200㎡ 규모에 고구마만 심어서 수확량이 꽤 많았다. 고객들에게 무료로 캐갈 수 있도록 농장을 개방했지만 맛보기 정도가 아닌, 욕심을 내는 손님들이 늘어나며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린이들에게 체험학습 공간으로 제공하자는 것은 김 이사(63)의 생각이었다. 서울이 고향인 김 이사는 오창휴게소 개소와 함께 책임자로 내려와 오창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로 12년간 주말부부로 불편한 생활을 해왔지만 이제는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웃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견디지 못하는 그리움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의 재롱을 자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매주 서울에 간다.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을 보면 모두가 내 손자손녀들인 것 같아 뭐라도 더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그는 텃밭 가꾸는 일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되도록이면 흔히 볼 수 없는 농작물들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식물이 자라는 환경과 밭의 규모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작은 텃밭이지만 해마다 새로운 것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멀리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목화묘목을 사왔다. 

김 이사는 내년에는 어떤 농작물을 심을지 벌써부터 고민에 빠졌다. 김 이사는 “작년에는 그래도 밭이 넓어 150명의 어린이를 초청했는데 올해부터는 인원수를 줄일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며 “고구마를 캐는 체험학습은 일 년에 하루뿐이지만 언제든지 오창휴게소를 찾는 어린이들에게는 열린 공간이다. 아이들 정서 함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이념 ‘나눔 경영’ 실천

2000년 문을 연 오창휴게소는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더욱 쾌적한 환경으로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념의 하나인 ‘나눔 경영’ 실천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수년째 인근 마을 독거노인들에게 쌀을 후원하고 있고, 오창읍사무소 추천을 받아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웃 2가구에 240만원의 생활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그 밖에도 추석명절에는 쌀 50포를 읍사무소에 전달하고 있고, 연탄나누기 캠페인에도 해마다 참여하고 있다. 

김 이사는 오창휴게소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휴가철, 가정의 달, 명절 등 특별한 날에는 휴게소를 찾는 분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장거리 운전으로 지친 몸을 쉬어가는 장소인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편안한 휴식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음식 맛이 최고다. 올해도 청원군 향토 맛자랑 대회에 출전해 특별상을 수상했고, 해마다 열리는 각종 음식경연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도민들이 애용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오옥균 기자  oog99@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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